기억 그리고 기록/일상 노트

‘그날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당신의 2023년을 위한 다이어리

바람결에.. 2022. 11. 26. 01:11

내 생일은 늦가을-초겨울 무렵이어서 그 해를 슬슬 마무리할 때쯤 다가온다. 대학생 때는 친구들이 필요한 것을 사주고 싶다며 어떤 생일 선물을 갖고 싶냐고 물으면 매번 그때마다 진짜 사야 할 것을 말하곤 했는데, 여러 물품들 중에 다이어리는 꼭 껴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대학생 시절에는 다이어리를 쓰는 학생이었다.

 

그 당시 다이어리는 내게 사야 할 물건이었다. 가끔 페이지에 빈칸이 있으면 왠지 쓸쓸해 보여서 싫었다. 그래서 그때는 오늘 해당 칸에 뭔가를 써야 하기 때문에라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20대 초반 에너지 넘치는 학생이었기에 파이팅 넘칠 수 있었나 보다. 

 

 

그런데 내가 쓴 다이어리의 미묘한 점은, 그 해가 지나고 다시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맨정신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필요했던 것 같다. 곧 한국을 떠날 일이 생겨 혼자 살던 방을 빼야 할 때, 그 다이어리들은 처분 1순위였다. 짐을 최대한 줄여야 했고 또 본가로 보내기에는 누가 읽을 것이 너무도 민망했기 때문이다.

 

이후, 플래너 기능은 핸드폰으로 다 했고 일기 같은 것은 쓰지 않았다. 짐을 싸고 풀고를 몇 번 해보니 물건들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은, 오히려 전자기기에 추억을 남기는 것에 조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사진과 글을 함께 볼 수 없고 특히 사진, 동영상은 용량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며, 인스타에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컨텐츠의 날것을 남기기엔 조금 민망한 곳이다. 그리고 싸이월드의 최후를 보니 추억을 남기는 곳이 온라인이면 좋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샀다. ‘그날의 분위기’라는 다이어리를. “소소한 기록들이 하루의 분위기를 온전히 담아냅니다 - 기록의 본질을 담다, 기억을 위한 공간” 이란 문구가 시선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나도 그 이유에서 다이어리 구매를 원했기 때문이다.

 

 

구성도 아주 좋다. 일단 하루를 기록하는 칸은 다른 것에 비해 넓다고 느꼈고, 평소보다 더 특별한 날은 페이지 한 면을 다 쓸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진까지 프린트해서 붙이면 아주 마음에 드는 추억의 공간이 될 것 같다. 찰나의 순간이라 표기되어 있는 부분은 4계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곳에는 무엇을 쓰면 좋을지 조금 고민을 해봐야겠다. 

 

 

매일 쓸 것은 많다. 아침엔 짧게라도 묵상을 하려고 하는 편이기에 간단하게 메모를 할 수 있다. 아가랑 어떻게 놀았는지도 쓸 수 있다. 또 유아식을 시작하게 되면 어떤 반찬을 만들었는지도 기록할 수 있다. 그리고 아기가 자는 시간에 짧게라도 문화생활을 했는지의 유무도 적을 수 있다. 문화생활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그날은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 테지만, 반대로 하나도 못했다면 그날은 무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그랬더라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되겠지…

 

 

2023년이 어땠냐고 물을 다이어리를 보면 있다고 말할 정도가 되면 좋겠다. 2022년은만삭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고, 출산 육아하면서 인생 최저의 몸무게를 달성한 엄청 의미 있는 해인데, 그만큼 육체와 정신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뭔가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때그때 핸드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남길 있었고, 때마다 했던 스튜디오 촬영 덕분에 이쁜 아가 사진들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이제 남은 12월은 2022년을 정리하는 달로 마무리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 pexels.com, 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