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그리고 기록/도서 리뷰

자녀에게 어떤 정신적 유산을 남겨줄 것인가? -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

바람결에.. 2023. 4. 25. 06:22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나날속에서 오디오북으로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듣고 있으면 눈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하다. 육아로 삶이 지쳐갈 때쯤 귀로 들려오는 이 소설 이야기 덕분에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앞으로 선택할 인생에 대해 어떤 조력자가 되어주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서양 바로크 시대의 루벤스 화가는 1617년에 ‘한복을 입은 남자’라는 그림을 남겼다.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 지역 알비라는 마을에 ‘코레아’ 성을 쓰는 사람들이 살았던 기록이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의 연관 관계는 밝혀진 바가 없지만, 오세영 작가님은 이 사이의 틈을 유럽의 역사와 결부시켜 멋진 이야기로 재창조시킨다. 그래서 개성 송상의 아들로 태어난 조선인이 임진왜란 때 일본의 포로로 잡혀갔으나 어떤 계기로 인해 이탈리아 귀족 노예로 팔려가면서 여러 도움으로 자유인이 되어 베니스의 상인으로 살아가는 흥미진진한 소설이 탄생하게 된다.

 

ⓒ 베니스의 개성상인 - 다음영화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는 주인공이 그저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에게 새로운 문들이 계속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어릴적 아버지의 가르침과 자신의 재능,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끝없이 쏟아붓는 자신의 열정과 노력이 합쳐졌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본래 ‘상인’은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상대’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것임을 주인공은 송상이신 아버지께로부터 배웠다. 그래서 그는 거래를 할 때 상대와 자신 모두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과 전략을 사용해 존경받는 거상이 된다. 즉,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주인공은 새로운 환경에 처할 때마다 먼저 그곳의 언어를 배우려 했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깨달음을 얻으려 했다. 당시 서양의 귀족들 중에는 배로 세계 일주를 하면서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던 주인공도 그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듣고 배웠는지 들으면서 함께 감탄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자신이 새로운 세계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을 때 그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높은 깨달음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주인공처럼 이렇게까지 다이나믹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아이도 매번 새로운 것들을 접하며 넓은 시야를 가질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아가라서 모든 것들이 새롭겠지만, 어느 날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접해보지 않은 동화책을 읽어보고, 때에 따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면서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동시에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