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그리고 기록/영화 리뷰

장애, 오히려 평범할 수 있는 이유 - 영화 “코다”

바람결에.. 2023. 3. 14. 11:25

장애라는 주제가 무겁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선뜻 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영화 코다는 마음이 무겁거나 슬퍼서 보기 힘든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감동이 훅 밀려와 눈물이 주룩하고 흐를 수 있는 작품이다. 정말 멋진 영화고, 이렇게 연출하고 연기했다는 것이 관객에게는 대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영화에서 대놓고 언급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 코다 - 다음영화


여주인공은 고등학생이고, 가족 중에 유일하게 일반인이다. 그래서 듣지 못하는 가족들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통로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본인의 인생을 사는 두 종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금 피곤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 느껴져서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학교에서 그러한 가족을 뒀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 장면이 가볍게 지나가긴 하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을 혼자 다 받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가엽고 애처롭게 보일 수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들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생선을 잡을 때 이들의 표정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생선을 잡은 후에는 여주인공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오빠는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인인 여동생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답답해 보인다. 어쩌면 매사에 세상과의 일을 처리하는 역할을 주인공이 담당했기 때문에, 그 책임감이 몸에 배었을 수 있다.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쁜 일이긴 하지만, 그 무게가 점차 부담으로 바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코다 - 다음영화


이는 결국 일반인 주인공의 개인적인 삶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까지 찾아온다. 자신의 재능을 찾았고, 이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본인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장애를 가진 가족에게 큰 어려움이 찾아온다. 늘 타이밍은 놀랍게도 기가 막히다. 그래도 여주인공은 마음이 선하고 긍정적이다. 그녀가 결국 가족을 선택할 때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한 것이 아닌,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 진심임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영화 코다의 주인공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이 그 속에 있었다.

ⓒ 코다 - 다음영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찾아오고 그 무게를 느끼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닌 이상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 영화에서처럼 장애가 있는 가족과 사는 것은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예상할 수 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너무나 힘들어하는 사람 또한 있을 수 있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중요성, 영화 코다가 이를 계속 되새겨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