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예쁜 그림에 끌린다. 인물뿐만 아니라 풍경까지도 어쩜 이렇게 아름답게 그렸지 하는 감탄이 들면서 동시에 표현의 디테일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에 감격마저 든다. 등장인물들의 배경 설정에는 모두 다 이유가 있고, 뒤로 갈수록 퍼즐처럼 끼워맞춰지는 것들을 보며 경이로움마저 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와중에 서로의 몸이 바뀌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후에 정이 든 그들은 서로 만나고 싶어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면서 그리움을 안게 된다. 그러다가 3년 앞당겨 살고 있는 남주인공 덕분에 여주인공의 마을에 닥칠 위기를 알게 되고, 엄청난 노력 끝에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 모두를 무사히 구하게 된다. 이름 없는 히어로까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를 예견하는 주인공의 말을 믿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라도 좀처럼 믿기 어려울 텐데, 친구이기 때문에 믿어주고 계획대로 실행에 옮겨주는 진실한 우정과 마주하게 된다. 큰 흐름에서 볼 때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조연인 두 명의 친구들이지만, 그들이 믿어주지 않았다면 그 마을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네 망상이지 않냐”라는 말을 함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다하는 데까지 도와주는 그들.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 진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결국 영화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들은 꿈에서 깨어날 때 점차 그 내용을 잊는 것처럼 서로의 존재에 대한 기억을 잊게 된다. 그럼에도 무의식의 영역에서일까, 아님 감각의 영역에서일까, 그들은 이후에 스치듯 지나가는 우연에서 서로를 알아본다. 이러한 만남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있고, 혹은 그 밖의 다양한 형태의 관계들에서 스스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사람들을 얼마나 잘 알아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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